츠네무라 쥰시키




常村 遵式







꾸밈 없이 떳떳하다

법도를 따른다




***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모순적인 첫 기억이다.




대부 아래에서 자랐다. 세상에는 아버지밖에 없는 줄 알았고 자신은 어디선가 뚝 떨어진 인간으로만 믿고 살았다. 처음으로 자신에게도 어머니가 있었겠거니 생각한 것은 어느 여자가 꼬물거리는 살덩이를 안고 못내 사랑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가져본 적 없는 어머니보다는 그 어린 것에게 흥미가 생겼다.



十五


학교에 다니고 싶습니다. 


대부는 이름 모를 조직원 하나를 붙여주었다. 서류에 적힐 아비 노릇을 하라는 것이었다. 


학교는 조직에 비하면 잠잠했다. 어린 군중들 사이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들에게 츠네무라 쥰시키는 홀아비 밑에서 자라는 자식이었고 어른께 공손한 학생이었으며 맹수의 위세를 가진 두목이었다. 쥰시키는 사실 아버지가 없었고 공손이란 것은 윗사람에게나 보이는 것이었으니 마지막 말만이 가히 옳다. 거기다 한가지 더하자면 그는 이해타산이 빠른 사람이다. 모든 것을 휘하에 두는 자리는 단연코 달콤했다. 거두어주신 대부 아래서 숨죽이기엔 더더욱. 


발 딛고 있는 곳은 밑바닥도 아니었지만 정상도 아니었다. 멍청하면 떨어질 길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밤에는 인정받기 위해 발로 뛰었고 낮에는 모든 수업에 필사적으로 임했다. 사람을 산 채로 묻는 밤 내도록 머릿속엔 문학 수업에서 배웠던 하이쿠가 맴돌았다. 죽은 자를 위한 염불이 잠시 멈추는 사이 귀뚜라미가 우네… 어린 나이에는 고된 일이었으나 그는 나잇대에 걸맞는 삶을 몰랐다. 그는 사실 글자보다 숫자를 세는 데에 재능이 있었다. 1부터 60이 수십 번 지나는 것을 우리는 시간이라고 불렀다.


무언가 견디기 힘들어질 때면 머릿속으로 숫자를 셌다. 60을 지나면 다시 하나. 삶이란 눈 깜빡이는 순간에 찰나를 쑤셔넣는 것. 학습이란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억지로 밀어넣는 것. 



十七


그렇게 큰 일은 아니었다. 처음으로 참여한 조직 간 난투에서 풋내기가 부상을 입는 것은 정말로 흔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상처가 회복되자마자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다. 명예를 훼손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납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그는 가끔 거울을 보며 오른쪽 눈을 가로지르는 두 개의 칼자국을 만지작거리곤 했다. 


불행이랄 것은 없었다. 과거보다도 당장 닥친 하루가 급했다. 


겨우 발끝을 따르는 교육으로는 만족도 충족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언젠가는 이 좁은 섬을 넘어 손을 펼쳐야 할 것이었다. 닥치는 대로 읽고 외우고 혀가 굴러가지 않으면 온종일 그 발음을 중얼거리며 살았다. 처음에는 어떤 것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사람의 삶은 대체로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고 나니 한결 배움이 빨랐다.


입술을 달싹이고 혀를 두드리는 게 고작인 단어가 어느 날 지극히 낯설어 대답이 늦었다. 실책은 곧 처분이었으므로 가혹한 발길질 아래서나 쥰시키는 바람 빠진 소리로 웃었다. 1부터 60까지 한 언어로 셀 수가 없었다.




十九


가쿠란보다 양장이 잘 어울릴 만큼 나이가 찼다. 그는 영락없는 성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왕도는 그를 위해 닦인 길이었다. 일궈낸 신임과 존경은 19살 양자가 아닌 계승자의 것에 가까웠고, 한 때 날카로웠던 대부의 칼날은 무디고 이가 빠져 갱생의 여지가 없게 되었다. 강한 이가 위로 올라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며 조직의 가세는 명백히 기울어져 있었다.


대체자는 이미 준비가 되었다.


권력 교체의 때가 머지 않았다.


그는 일본도를 쥐었다가, 헐거워진 손목의 단추를 고쳐 끼웠다.


"내 사진이 있었나?"

"예."

"전부 버려. 일을 성사한 후 새로 찍는다."


그러나 한 번 상한 것은 살아날 도리가 없다. 끝내 떨어져 바닥을 구르는 단추를 굴러가지 못하게 구둣발로 밟았다.



20세가 되는 해다. 츠네무라 쥰시키가 조직원들과 모의하여 대부를 죽이고 정상에 등극한다.




***




三十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는 정신없이 휘둘렸고 타올랐고 넘어졌다.


여자는 민간인이었다. 아무 것도 알지 못했고 애써 눈을 돌리려고 해주었다. 쥰시키는 그녀의 바람대로 그녀를 자신의 삶에 내놓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


왜 나를 사랑하는 거야?


당신이 나한테는 처음이니까…


거짓말이라며 그녀는 웃었고, 안쓰럽다는 듯 눈의 상처를 쓰다듬었고, 그 위로 자신의 입술을 대어주었다. 겪어본 적 없는 애정이었다. 쥰시키는 눈을 감았다.




三十三


당신을 닮았어. 웃는 게 정말 예뻐.


아냐, 보조개가 있잖아. 아빠를 닮은 거지, 하나코?


그렇지만 쥰시키가 보기에 딸은 아내와 판박이었다. 쥰시키는 딸의 부드러운 뺨과 아내의 눈가에 차례대로 입을 맞췄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조금 더 잘 보이게 안아봐.


이렇게?


아니, 조금만 더 들어서… 그렇게. 됐어.


셔터를 연달아 누르자 아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한 번만 찍어도 되잖아… 아내의 웃음소리에 딸이 영문을 모르고 마주 웃어, 쥰시키도 따라 웃었다.




三十六


그러나 어떤 것도 바뀌지 않았다. 그는 바뀔 수 없는 곳에 서있었다.


손잡이와 살갗 사이 끈적하게 고여있던 피가 쩍 소리를 내며 벌어졌다. 서슬 퍼런 칼날과 콘크리트가 맞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떨어진 것이 요동치다 잠잠해졌다.


…하나노에.


이미 전투는 끝난 고로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가운데서 마르고 찢어진 입술이 달싹였다. 아내는 딸을 품에 끌어안고 뒷걸음질 쳤다. 하나코는 인형처럼 그 품에 얌전히 안겨있었다.


누가 민간인을 들였지?


목숨도 내어줄 것처럼 말해놓고는 고작 그런 말이 전부였다. 그러나 아내라고 부른다면 하나노에는 평생 그 족쇄에 묶여 살게 되리라. 쥰시키는 주위를 둘러보고, 주먹을 꽉 쥐었다가, 억누른 목소리로 한 번 더 읊조렸다. 권력을 쥐려면 때로는 뱃속에 숨긴 칼을 토해내야 했다.




…누가 내 허락 없이 행동했지?




***




1 다국어 사용자. 중국어, 한국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며 영어와 러시아어로 웬만한 수준의 대화가 가능하다. 모국어는 일본어. 


2 날붙이를 포함하여 몸을 쓰는 데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 그러나 그 뿐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으며, 그가 힘을 쓰는 방법은 전부 사람을 해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어렵지 않게 목적을 이루는 편이다.


3 시계 없이도 정확히 60초를 셀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있던 버릇으로, 어떤 감각을 이용하여 세는 모양. 


4 제 수하에 있는 것이 아니라면 관심이 없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으나 모든 도덕 관념이 상당히 무뎌져있다. 그의 가치관은 힘을 기반으로 한다. 


5 계획을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향락과 유흥을 즐기는 편이다. 도박에서부터 소위 말하는 불장난까지.


6 다시 만나지 않는다 해도, 우린 죽는 날까지 같은 지옥에 살 거라는 것도 알아 *오현종, 달고 차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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